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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는 못의 이이언. 4곡 불렀는데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마지막 곡이 꽤 괜찮았다. 그러나 이이언보다는 공연 전후 대기 시간에 BGM으로 흘러나오던 브라질리언 트로피칼리아 스타일 음악들이 굉장히 좋았는데 리스트를 구할 수가 없네. 베이룻 쪽 엔지니어들이 가져온 음악인가 보다. 어쩜 그렇게 선곡들이 귀신같은지... 기나긴 무대세팅이 끝난 후 드디어 베이룻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콘돈이 "Good evening, Korea!"를 외친 후, Scenic World로 그들의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의 그 짜릿함이란... "굿 이브닝" 다음에 "코리아"가 붙는 날이 오다니! 세트리스트는 일본 투어와 거의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고, 일본에서 "아리가또"를 했듯이 콘돈은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를 두어 번 정도 했다. 발음은 비록 서툴었지만 매우 귀여웠다. "잘생겼다!" "귀엽다!"를 목청 터져라 외치는 관객들이 있었는데 얜 이 말을 알아들었을까? :-b 두 번째 곡은 The Shrew. 전주 멜로디부터 굉장히 아름다워서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인데 뒤에서 빵빵 터지는 부분에 타이밍 맞춰서 조명이라도 예쁘게 쏴주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악스홀 무대 디자인은 아기자기한 맛이 좀 없었다. '오렌지 필'에서 한 공연이 참 예쁘던데... Goshen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피아노에 가려져 콘돈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피아노 방향 좀 돌려주지... 그러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Goshen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 Rip Tide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 훌륭하게 느껴진다. 타이틀곡인 Santa Fe는 레코딩 버전으로 들을 때보다 라이브로 들으니 훨씬 더 좋은 곡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특히 후반부에 터지는 브라스 앙상블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였다. 신디가 빠져서 심심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워낙에 신디 소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Scenic World도 어쿠스틱한 Lon Gisland 버전을 더 좋아한다. 새 앨범의 또 다른 곡인 East Harlem은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도 참 예쁘다. 어린 시절 만든 곡이라 그런지 더 순수하고 깨끗한 정서가 느껴지고 뭔지 모를 향수(nostalgia)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콘서트는 앵콜 포함 1시간 15분 정도 진행되었고, 이들은 세트리스트에 있는 17곡 외에 Cocek과 Carousels를 마지막으로 추가해 총 19곡을 불러주었다. Port of Call을 빼고 The Akara가 들어간 건 괜찮은데 마지막 곡으로 Siki Siki Baba가 빠진 건 많이 아쉬웠다. 2차 앵콜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없더군. 그래도 도쿄 첫공보다는 두 곡이나 더 했다는 것에 위안을... 이번 아시아 투어의 진정한 승리자는 오사카인가 싶다. 근데 Zapotec/Holland EP에서 뮤직비디오까지 나왔던 La Llorona랑 The Concubine은 대표곡으로 안치는 건지, 이 곡들이 계속해서 세트리스트에서 빠진 건 좀 의외다. 대신 하는 곡들도 매우 좋기 때문에 특별히 서운할 건 없지만... 이들 공연의 유일한 흠을 굳이 꼽자면 너무 짧다는 것 뿐. 스무 곡 가까이 불러도 1시간 반을 채우지 않으니까... 거의 모든 곡을 레코딩 버전보다 조금씩 짧게 연주하는데도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풍성하고 꽉 차게 들리게 하는 것도 이들의 재주다. 곡과 곡 사이의 텀이 5초 정도 되었나? 계속 내달리는 공연이었음에도 2008년 브리즈번에서보다 술을 덜 마셔서인지 컨디션이 더 좋아서인지 그동안 내공이 쌓인 건지 보컬이며 연주며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안정적이고 훌륭하게 들렸다. 열과 성의를 다해 공연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으며 드럼을 치는 닉 페트리의 연주 모습을 직접 보게 된 것도 매우 반가웠다. 호주에선 아쉽게도 보지 못했었는데... 나와 계속 눈을 마주친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내가 제일 처음으로 본 이 들의 라이브 클립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멤버가 바로 그였다. 어찌나 신나게 웃으면서 연주하는지 보는 사람까지 엔도르핀이 팍팍 돌게 하는 친구다. 콘돈은 4년 전에 봤을 때보다는 살이 약간 빠진 것 같았다. 더 예뻐졌어! 오랜만에 보니 반가워서 그런가. 지금도 살짝 배가 나오긴 했지만 그때는 더 많이 나왔던 걸로... 그러나 사진발을 심하게도 안 받는다. 사진보다는 영상이 영상보다는 실물이 진리인 이 시대 최고의 귀요미 비주얼 밴드, 베이룻! 한국에 나만큼 블로그 음악 카테고리의 1/3을 베이룻으로 채울 정도로 이들을 좋아하는 베이룻 덕후가 또 있을까 싶었는데 잭을 닮은 수제인형 만들어 오신 분 보고 한 번 놀라고 콘서트 내내 혼절할 듯이 소리 지르시던 옆에 계신 분의 괴성에 또 한 번 놀라고... 몇 년 사이에 팬이 많이 늘었나 보다. 예전엔 블로그 검색하면 내 글들만 수두룩 떴었는데 말야. "베이루트 (밴드)" 한국어 위키피디아 페이지도 몇 년 전에 내가 만들었는데 그 후로 업데이트가 안 된 걸 보면 그 정도 덕후는 아직 없나 싶기도 하고. 이 글 보는 누군가가 생각 있으면 멤버 구성이나 최근 앨범에 대한 정보 좀 업데이트 해주시길... 위키는 만지기 귀찮다. 거지같은 카메라와 MP3 덕에 화질과 음질이 호러블하지만 그래도 내 기억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찍고 녹음했는데 호주에서 찍은 거보다 화질이 더 떨어지는 이유는 뭔지... 일부러 새로 장만한 SD카드의 문제인가 아님 거리 차이? 조명의 차이? 찍기는 다 찍었는데 그나마 봐줄만한 영상은 6개 밖에 없다. 나머지는 이목구비 분간도 어려운 점묘화 수준... 카메라를 새로 사든지 해야지 원. 카메라 녹음 기능이 워낙에 후져서 일부러 MP3 가져가 동시녹음을 했는데도 음질이 거의 나아지질 않았다. 볼륨을 낮춰서 녹음한 다음에 증폭시켜야 했나... (아주 작은 카메라였고, 시선보다 아래로 들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았음을 밝힌다.) 내가 찍은 것 중에는 그나마 이게 좀 들을만하다. 거의 대부분의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불렀지만 내 목소리가 워낙 작아서 전혀 들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 말고도 몇 명은 부르는 것 같았는데 떼창까지는 무리였나 보다. Elephant Gun이나 Nantes 같은 대표 곡들은 관중들도 다 같이 불러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2008년에 호주에서 그들을 본 후 이곳에「제발 한국 한 번만 와라. 가을에 민트 페스티벌 같은 데라도 한번 와주면 안 되겠니? 방법은 둘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휴가 때마다 해외로 얘를 따라다니거나 국내에서 피라미드식으로 얘 인기를 높여놓거나... 둘 다 어렵잖아! 젠장.」이라는 푸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4년 만에 이들을 한국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아직 안 죽고 살아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기획하신 분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 공연을 보고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극찬을 늘어놓고 있고, 그들을 잘 모르거나 그냥저냥 괜찮게만 여기다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베이룻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도 많은 것 같으니 이 기세로 진짜 피라미드식 입소문 퍼져서 다음 내한도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공연 끝난 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세상의 모든 흥을 고농축 시킨 반짝반짝 빛나는 열매를 한입 크게 베어 문 듯 쌉싸래하면서도 달콤한 환희를 느껴보고 싶다면 베이룻의 공연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한번 왔으니 또 올 거라고 믿고 있지만 만일 이들이 한국에 다시 오지 않는다면 이번에 못 간 사람들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라이브를 봐야 이들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요! 그때는 매진 한 번 만들어 봅시다! 여기서부터 본격 자랑질. 앵콜 곡이 모두 끝난 후 갑자기 콘돈이 바로 앞에 있던 나를 쳐다보더니 안전요원(?)을 통해 자기가 보던 세트리스트를 나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이런 횡재가! 고마워 콘돈아... 흑흑... 이거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코팅이라도 해야 하나. 더 대박은 지금부터. 공연이 모두 끝난 후 밖에서 덜덜 떨며 기다리다가 운 좋게 켈리와 잭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리 추워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켈리가 먼저 나와서 얘기하다가 사진도 찍고 아까 잭에게 받은 세트리스트에 싸인도 받았다. 짧은 대화였지만 굉장히 유쾌하고 상냥한 인상을 받았다. 브리즈번에서 너희 공연을 봤다고 기억하냐고 하자 기억한다고 하더라. 나를 기억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좋았다. 한국에 다시 오라고 하자 그러고 싶은데 너무 춥다면서 한국이 뉴욕보다 더 춥다고 날씨가 미쳤단다. 내가 여름에 다시 오라니까 그러겠다며 다음에는 여름에 오겠다고 했다. (We'll come in the summer next time.) 켈리와의 짧은 대화 후에 잭이 안 나왔다고 아쉬워하며 돌아가려는 찰나 누군가 영어로 내게 잭과 사진 찍고 싶냐고 물어보는 거다! 당근이지요. 그때 잭이 나와서 몇몇 팬들에게 싸인을 해준 후 나에게 왔다. 싸인 받고 사진 찍으면서 잭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는 순간 너무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질문에 there을 here로 잘못 듣고 대답도 잘못한 것 같지만 (영어 공부 좀 해야지. 악!) 어쨌든 한국에 또 오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꼭 그러고 싶다면서 (I'll do. I want to very much.)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부디 그냥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길... 만일 이들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면 내 덕이 손톱만큼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핫! 2007년의 어느 늦은 봄날, 온라인 레코드점에서 새로 나온 라이센스 앨범들을 구경하다가 지금은 콘돈의 부인이 된 크리스티아나가 찍은 1집 Gulag Orkestar의 아름다운 부클릿을 보고 마법처럼 홀려서 그들의 앨범을 찾아서 듣고 Postcards From Italy에 꽂혀서 유튜브 투어를 하며 라이브가 더 매력적이라는 걸 알게 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8년 봄에 호주에서 이들의 라이브를 영접하고 4년이 지나 서울에서 이들을 다시 만나 싸인받고, 사진 찍고, 얘기도 한 나는 이 쯤 되면 성공한 팬이 아닌가 싶다. :D ![]() ![]() ![]() 나와 헤어진 후 이들은 홍대 '곱창전골'이라는 바에서 뒤풀이를 가졌나 보다. 공연 기획자님 트윗에 따르면 잭은 먼저 취해서 돌아갔고 나머지 멤버들은 프리재즈와 산울림에 대해 한참 얘기하다가 돌아갔다는 후일담이... 메뉴판처럼 보이는 곳에 "베이루트는 서울을 사랑해"라고 비뚤배뚤 쓴 글씨는 누가 쓴 것인지 궁금하다. ![]() 공연 기획자님 트윗에 올라왔다가 지워진(?) 사진 움짤이라고 생각해야 속 편한 라이브 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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